오늘은 포도가 와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중 수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겠다.
와인 양조용 포도의 수확시기, 수확량, 수확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수확 시기
수확 날짜를 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너무 일찍 수확한 포도는 당도가 부족하고 많이 시다. 따라서 당도는 부족하고 산도만 높은 와인이 만들어진다. 너무 늦게 수확하면 포도가 지나치게 익어 당도는 너무 높고 산도는 많이 부족하여 와인이 무겁고 텁텁해진다. 날씨의 변덕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강수량이 많으면 포도가 썩고, 폭염이 계속되면 포도알이 햇빛에 타버리기 때문이다.
다 익은 포도의 상태는 모두 다르다.
포도의 상태는 품종에 따라 다르고, 토질에 따라서도 다르다. 토양의 성질, 포도밭의 고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 포도의 성숙 시기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최적의 상태가 된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와인메이커는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한다. 예를 들어 그르나슈, 시라, 카리냥, 무르베드르, 생소 등 여러 품종을 재배하는 랑그도크 지방에서는 2~3주에 걸쳐 포도를 수확한다. 가장 빨리 익는 품종부터 가장 늦게 익는 품종까지 구획 별로 수확 순서를 정한다.
며칠 사이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포도를 수확할 적기가 되었는데 갑자기 강한 소나기가 쏟아지면 포도에 수분이 차고, 결국 농사를 망치게 된다. 와인메이커는 수확을 며칠 앞둔 시기에 날씨 상황과 포도의 상태를 신경 써서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수확량
계절, 토양, 빈티지, 품종별로 와인메이커가 어떻게 포도를 재배했느냐에 따라 일정 면적에서 거둬들이는 수확량이 달라진다. 대개 헥타르(ha)당 헥토리터(hL)를 단위로 쓴다(1hL=100l). 도멘의 최대 수확량을 알고 있어야 와인메이커가 그 해의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많이 수확할 것인지, 아니면 포도즙이 농축되도록 수확량을 줄일 것인지를 정한다. 뱅 드 타블(Vin de Table, 원산지 표시가 없는 프랑스의 대중적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일반적으로 헥타르당 80~90hL를 생산한다. 일반적인 AOC 와인은 평균 헥타르당 45hL를 생산한다. 반면 고급 와인들은 헥타르당 생산량이 35hL를 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늦수확
관리가 어려우므로 스위트 와인용 포도만 늦게 수확한다. 최고의 리코뢰 와인은 보트리티스 시네레아균(Botrytis cinerea)에 감염된 이른바 귀부병에 걸린 포도로 생산한다. 보트리티스균에 감염되면 포도알의 수분이 줄어들어 당도와 향이 농축된다. 보트리티스균 감염은 모든 포도송이에서 고르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몇 달에 걸쳐 수확한다 (유럽에서는 9월~11월 말까지 수확). 감염이 완전히 진행되어 마치 건포도처럼 말라붙은 포도알만 골라서 수확해야 한다.
겨울 수확
아이스와인을 만들려면 와인메이커는 영하 7°C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 포도알에 얼음막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언 포도는 늦수확 포도보다 당도가 훨씬 높고, 수분이 거의 없다. 작업이 힘들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매우 적기 때문에 (헥타르당 10hL) 아이스와인의 가격이 비싼 것이다. 겨울 수확은 독일, 캐나다 등 기후가 허용하는 국가에서 이루어지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확 방법
손으로 수확
와인메이커는 자신의 포도밭 크기에 따라 가족,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계절노동자를 고용한다. 수확하는 사람은 포도송이를 잘라 바구니에 조심스럽게 담는다. 그다음은 짐꾼들이 바구니의 포도를 모아 상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등에 지는 채통에 옮겨 담는다.
장점
수확하는 사람들이 포도를 분류하고 포도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잘라낸다. 어떤 지형에서도 작업할 수 있으며, 완전히 익은 포도송이만 골라 수확할 수 있다. 몇 주에 걸쳐 익은 포도만 골라가며 여러 차례 작업해야 하는 와이너리에서는 손으로 하는 수확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에서 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단점
사람을 많이 고용해야 포도가 햇빛에 상하기 전에 수확할 수 있다. 또 압착기까지 운반하는 동안 포도알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포도알이 터지면 포도즙이 산화되어 품질이 떨어진다. 인건비 역시 부담스럽다는 것이 단점이다.
기계 수확
기계가 한 줄로 늘어선 포도나무 사이를 지나면서 밑동을 흔든다. 그러면 잘 익은 포도알들이 송이에서 떨어져 나온다. 떨어진 포도알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모은다. 기계를 정확히 조종하고 운전을 잘하면 포도알들을 꽃자루에 분리해 좋은 상태로 수확할 수 있다. 반대로 기계 조종이 미숙하고 운전도 거칠어 나무가 지나치게 흔들리면 포도알이 상하게 된다. 따라서 정밀한 기계와 정확한 조종이 필요하다.
장점
경제적이고 빨리 수확할 수 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낮밤 구별 없이 적절한 시간에 작업할 수 있다.
단점
과도한 충격을 받은 포도나무는 일찍 죽는다. 수확한 포도의 성숙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확 전후에 분류 작업을 하여 좋은 송이만 골라내야 한다. 포도밭이 경사지에 있어나 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운 포도밭은 이 방법을 쓰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또 샹파뉴, 보졸레 등 일부 산지에서는 기계 수확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